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3
출장 가서는 내 방에 들어갈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Ep. 3-1
2016년 중국관련 일을 맡아, 중국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었다.
한 번은 종일 미팅을 끝내고 현지 주재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2차, 3차는 주로 출장자가 묵는 호텔 근처 혹은 호텔의 바에서 마셨다.
그 날은 2차까지 갔다가 3차는 호텔로 간다길래 슬그머니 빠지고 방으로 들어가 쉬려했다.
호텔에 도착해 3차에 가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주재원 E부장에게 딱 걸렸다. 술을 꽤 마신 E부장은 내 손목을 잡고 '**대리~ 어디가~'라고 물었다.
방으로 올라가려다 들킨 난 당황해, '가긴 어딜 가겠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잡힌 손목을 슬쩍 뺐다.
그랬더니 E부장이 '같이 가자~'라고 말하며 뒤에서 내 허리를 확 잡았다.
이번엔 바로 뿌리쳤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그 뒤 분위기가 어땠는지, 술취한 사람들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다음 날 만났을 때 모두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E부장은 곧 한국에서 팀장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종종 마주치곤 한다.
Ep. 3-2
2017년 중국 출장 때도 회식 중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평범한 저녁 식사를 하고 2차로 옮기려던 차, 다른 곳에서 술자리를 하고 있던 주재원 F팀장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따로 다른 자리로 옮기자고 했다. 많이 취한 한 주재원 과장이 다행히도 같이 나서 주었다.
한참 F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재원 과장은 어느새 옆에서 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주제가 갑자기 나와 관련된 이야기로 바뀌었다.
F팀장이 내게 물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골프는 좋아하는지? 여가 시간에 뭘 하는지?' 나는 딱히 제대로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같이 여행갈까?' 였다. 너무 당황해, 무슨 말로 되받아쳐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온 몸이 얼어 붙었다.
여차저차 그 자리를 마무리 지었고, 내가 묵는 호텔 바에서 3차로 한 잔 더 하자고 할 것이 뻔히 보였기에 혼자 가겠다 했다.
그러나 F팀장은 몇걸음 되지 않은 출장자 호텔까지 나를 데려다 주겠다고 우겨 호텔 로비까지 같이 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였다.
너무 피곤해 쉬어야겠다며 거절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내 손목을 잡았다.
어디 이런 일이 처음인가. 나는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F팀장을 밀쳐내다시피 뿌리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F팀장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 못 하는 척 하는 것인지 내게 천연덕스럽게 인사하며 물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Ep. 3-3
2018년, F팀장은 한국에서 근무했고, 몇 몇 팀과 함께 회식을 하며 F팀장과도 함께 하게되었다.
나는 F팀장이 취한 듯 보여 멀찌감치 앉았고, 내 맞은 편에는 다른 팀 여자 후배가 한명 앉아 있었다.
멀리 앉아있던 F팀장이 그 여자 후배와 그 옆에 있던 부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그 때부터 좀 신경 쓰이긴 했는데, 이야기 중간에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사진 찍는 등의 스킨쉽이 있었다.
보고 있던 옆에 앉은 한 부장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는 후배를 데리고 잠깐 밖으로 나갔다.
오지랖일 수 있으나, 처음 이런 불쾌한 일이 일어난 그 때의 나 처럼 후배도 아무말 못하는 것이 싫었다.
여자 후배에게 '그럴 땐 싫다고 해도 된다'고 말하곤 편의점에 가 아이스크림을 스무개쯤 사 다시 회식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