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3. 22:25ㆍ이상한 사람들/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다
Ep.2 노래방 회식은 금물

Ep. 2-1
2014년, 일본지사에서 출장온 C대리와 함께 팀 회식을 했다.
나는 처음 만났지만, 우리 팀 카운터파트너로 일하는 C대리는 다른 구성원 모두와 친해보였다. (기억해보면, A과장, B대리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함께 다닐 정도로 꽤 친했던 것 같다.)
저녁 자리에서 술도 거하게 마시고 2차, 3차로 이어져 술이 나오는 노래방으로 갔다.
입사하고 몇번 노래방 회식은 갔지만, 멤버 중 운영원 없이 혼자 여자로 간 노래방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한 쪽에서는 술을 마시기도 하며 놀았다.
C대리가 술에 많이 취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쇼파에 앉아있던 내 손을 부여잡고 테이블 앞으로 나갔다.
C대리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또 한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드라마, 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이라, 당황했던 나는 살짝 허리를 비틀며 피하거나 손을 떼어내긴 했지만, 결국 강하게 뿌리치지 못 하고 이끄는 대로 끌려 다녔다.
보다 못한 한 과장이 나를 C대리로 부터 떼어 내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조금 뒤 내 사수였던 부장이 나를 데려다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바로 명확하게 거절해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회식 분위기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손 잡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고, 허리에 손을 얹자마자 뿌리쳤어야 했다.
Ep. 2-2
2017년, 팀에서 부산으로 1박2일 워크샵을 갔다. 남자 여섯과 여자는 운영원 하나 그리고 나까지 총 8명이었다.
부산 지사도 처음 가보고, 부산에서 근무중인 D부장의 안내로 벚꽃길도 구경하고 유명 맛집들도 다녔다.
회의도 잘 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같이 간 운영원 동생과 함께 썼다.
저녁식사 후 꽤 늦게 숙소에 도착해 씻고 쉬려 할 참이었는데, 내 휴대폰으로 D부장의 전화가 왔다.
시끌벅적한 주변 소리가 들렸고 '같이 있는 동생과 함께 내려와 한 잔 더 하자'고 권했으나, 시간이 늦었고 피곤하니 쉬겠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두어번의 전화가 더 왔는데 받지 않았다.
곧 같이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한 두번 무시하더니 결국 전화를 받고는 어쩔줄 몰라하다 '네, 곧 내려갈게요'라고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내가 '이 시간에 결국 다시 내려 가기로 한거냐' 물으니, 그녀는 '같은 건물 지하 노래방이라 잠깐 다녀오면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혼자 숙소에서 쉬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홀로 보내기 걱정되는 마음에 같이 갔다. 올거면서 왜 튕겼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팀원 몇몇이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쇼파 끝 구석에 앉아 안주거리나 먹고 있는데, 술에 취한 듯 보이는 D부장이 같이 노래 부르자며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괜찮다고 이야기 하고 손사레를 치며 거절했더니, 곧 운영원 동생을 끌고 나갔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고, 신이난 D부장은 옆에 찰싹 붙어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쭈뼛쭈뼛 서서 노래 부르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녀가 옆으로 슬슬 자리를 옮기니, 그녀를 벽에 붙여 세워두고 몸을 아래 위로 흔들며 징그러운 춤을 췄다.
노래 한 곡이 끝나고 그녀를 데려와 내 옆에 앉혔는데, 얼마 안가 곧 또 끌려나갔다. 한 두시간쯤 지났을까, 술에 취한 D부장을 이끌고 나머지 선배들이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방으로 돌아와 둘이서 그날 밤의 당혹스런 일과 그 외 성희롱, 성추행 관련해서 한참을 이야기 했다.
노래방회식이 끝날 때 까지 누구도 D부장의 행동을 저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운영원 동생과 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일 잘하던 D부장이 퇴직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지만, 그 날 밤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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