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8)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7
지금이라도 문제 삼는 것이 옳을지 고민이 된다. 2019년 8월 H팀장과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조직의 큰 행사가 있었고 이 후 참여했던 전 구성원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H팀장과 출장자 숙소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중국 주재원인 K팀장과 현지 채용 과장이 H팀장에게 '2차 가자'며 연락이 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K팀장과 과장이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K팀장, 현지채용 과장, H팀장, 나 이렇게 네명이서 2차로 호텔 로비에서 와인 한 병을 시켜 술자리를 가졌다.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K팀장이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을 빼면 다시 잡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맞은 편에 앉았던 H팀장은 분명 이를 봤을 텐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화 도중, H팀장이 '..
2021.01.18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6
회사에 순수한 호의는 없는 것일까. 2019년 회사에 변화가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자율 좌석제로, 지정된 자리가 아니라 어느 곳이든 원하는 자리에 앉는 것인데, 그룹 내 타사들과도 섞여 앉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본인이 익숙한 구역 내 앉는 편이고, 자주 마주치니 모르던 타사 구성원의 얼굴을 대략 알게되기도 했다. Ep. 6-12019년 8월, 내가 주로 앉는 곳에 앉는 우리 회사 i대리 1명, 타사 대리1명, 타사 J팀장 1명이 있었다. 자주 마주치며 친분이 생겼고 어느날 J팀장이 식사를 제안했다. 점심이라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으나, J팀장은 저녁에 맥주 한잔 간단하게 먹자고 했다. 물론 부담스러워 중간에 점심으로 바꾸려했지만, J팀장의 계속된 권유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타사 대리 1명은 개인 스..
2021.01.09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5
사과하세요. 똑바로.Ep. 5-12019년 6월 여름으로 넘어갈 즘, 홍보팀과 회식을 했다. 남초인 우리 회사에서 보기드물게 홍보팀은 전부 여자였고, 그 회식 자리에 남자는 우리팀 H팀장과 과장 한 명 뿐이었다. H팀장은 1차 자리부터 '꽃 밭 안에 앉아 기운이 난다', '홍보는 외모보고 뽑나? 거기 가면 일 할 맛 나겠다' 등 얼평+성희롱 발언을 했다. 1차는 시작에 불과했다. 2차는 카페로 갔다. 문제는 그 곳이 술도 파는 카페였다. 결국 원래 먹으려고 했던 빙수, 디저트 외 좀 독한 소주류를 추가로 시켜 또 술을 마셨다. 그 쯤 이었던 것 같다. H팀장은 완전 취했다. 제법 떨어져있던 홍보팀 여성 구성원들의 손을 붙잡으며 이야기 했고, 어떤 이의 손은 쓰다듬고 또 어떤이의 팔을 쓰러내렸다. 그러던 ..
2020.12.12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4
늦은 밤 여자 혼자 집에 가는 건 무섭지만, 술취한 남자가 데려다 주는 건 더 무섭다. 2016년 여름이었던가? 퇴근시간이 겹친 몇몇 선배들과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역시 간단하게 끝내지 못하고 1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2차 맥주집까지 길게 이어졌다. 같이 저녁을 먹은 사람들 모두 제법 취했다. 저녁 멤버 중 한 명인 G부장이 내게 따로 한 잔 더 하자며 3차 가자고 했다. 나는 물론, '시간이 늦었어요',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이미 많이 마셨어요'라며 거절했다. 집에 가겠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G부장은 내게 굳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몇번이고 거절했는데 술 취한 G부장은 말이 통하질 않아 결국 택시에 같이 탔다. 난 집 근처에 내려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G부장은 택시에 태운채로 ..
2020.12.11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3
출장 가서는 내 방에 들어갈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Ep. 3-1 2016년 중국관련 일을 맡아, 중국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었다. 한 번은 종일 미팅을 끝내고 현지 주재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2차, 3차는 주로 출장자가 묵는 호텔 근처 혹은 호텔의 바에서 마셨다. 그 날은 2차까지 갔다가 3차는 호텔로 간다길래 슬그머니 빠지고 방으로 들어가 쉬려했다. 호텔에 도착해 3차에 가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주재원 E부장에게 딱 걸렸다. 술을 꽤 마신 E부장은 내 손목을 잡고 '**대리~ 어디가~'라고 물었다. 방으로 올라가려다 들킨 난 당황해, '가긴 어딜 가겠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잡힌 손목을 슬쩍 뺐다. 그랬더니 E부장이 '같이 가자~'라고 말하며 뒤에서 내 허리를 확 잡았..
2020.12.01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2
Ep.2 노래방 회식은 금물 Ep. 2-1 2014년, 일본지사에서 출장온 C대리와 함께 팀 회식을 했다. 나는 처음 만났지만, 우리 팀 카운터파트너로 일하는 C대리는 다른 구성원 모두와 친해보였다. (기억해보면, A과장, B대리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함께 다닐 정도로 꽤 친했던 것 같다.) 저녁 자리에서 술도 거하게 마시고 2차, 3차로 이어져 술이 나오는 노래방으로 갔다. 입사하고 몇번 노래방 회식은 갔지만, 멤버 중 운영원 없이 혼자 여자로 간 노래방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한 쪽에서는 술을 마시기도 하며 놀았다. C대리가 술에 많이 취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쇼파에 앉아있던 내 손을 부여잡고 테이블 앞으로 나갔다. C대리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또..
2020.11.13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1
아침에 일어나 확인한 휴대폰, 밤새 온 연락 부재중 통화 #통, 메세지 '사랑해, 보고싶다' Ep. 1-1 2014년 6월, 팀 선배 중 하나였던 A과장은 어느 날 점심시간 나를 따로 불러, 내가 여자 신입사원으로 환영받지 못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는 길었고, 이유불문 결론은 억울하지만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날 이후로 A과장은 종종 함께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고, 간혹 고객과의 술자리에 나를 소개시키기도 했다. 여름으로 넘어갈 쯤, A과장 그리고 A과장과 친한 우리 팀 B대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고 2차 술자리로 이어졌다. 그 술자리에서 'A과장의 아내는 A과장이 씻지 않으면 잠자리를 하지 않으려한다.' 'B대리는 여자친구와 해외여행가서 오일 마사지를 해주고 같이 잠자리를 했..
2020.11.12 -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Ep.0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몇년 전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성희롱/성추행/성폭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너무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용기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약자라서, 향후 보복이 두려워서 등'의 이유로 혼자만의 상처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이러한 일들을 문제 삼으면,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는데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가해자 보다 피해자인 '내가 문제'가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그 동안의 일들은 잘 잊혀지지 않았고, 내가 되려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겼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데 수 년이 걸렸다. 2014년,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대기..
2020.11.11